[이형석의 리플레이] 구자욱, TV 모니터를 거울 삼아 타격 연습[일간스포츠 이형석]
구자욱이 지난 2일 실내연습장에서 훈련 중인 모습. 대구=이형석 기자 #. 지난 2일 대구 삼성-두산전. 홈팀 삼성은 오후 3시 10분께 팀 훈련을 마쳤다.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철수했다. 5분여가 지난 오후 3시 15분. 긴 다리를 뽐내는 한 선수가 실내 연습장의 환한 조명 아래 홀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삼성 구자욱(23)이었다. 구자욱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은채 "TV 모니터를 거울 삼아 타격 연습 중이다"고 했다. "타격 컨디션이 마음에 안 든다"던 그가 거울을 보며 타격 연습을 할 곳이 마땅치 않자 묘수를 짜낸 것이다. 구자욱은 "타격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5분여의 짧은 개인 훈련이었지만, 구자욱의 야구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범경기 기간에도 홀로 실내연습장에서 근력 강화를 위해 구슬땀을 쏟는 장면도 목격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KBO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사나이다. 훤칠한 외모와 모델 같은 몸매로 개막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개막 후엔 외모를 뛰어넘는 실력으로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1군 데뷔 시즌 총 116경기에서 타율 0.349에 11홈런-57타점-97득점-17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야구 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을 성적으로 증명했다. 현장에선 구자욱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구자욱은 관심사병이다"고 한 류중일(53) 삼성 감독은 "자욱이가 외모와 달리 단단하다. 성격이나 훈련 태도를 보면 목표의식이 강한 선수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 코칭스태프도 "구자욱은 팀내에서 가장 많이 찾아와 질문하고 끊임없이 연구한다.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옮겼다. 팬 친화적인인 새 구장은 최신식 시설과 훈련 시설 확충으로 선수들도 크게 반긴다. 김한수 타격코치는 "선수들에게 새 구장의 시설 및 공간 활용을 주문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선수 중 한 명이 구자욱이다"고 흡족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구단 제공 신인왕 선수에게는 늘 '2년차 징크스'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구자욱은 훈련으로 이를 극 복하려 한다. 코칭스태프의 조언도 잘 받아들인다. 김한수 코치는 "자욱이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투수의 공을 보는 시간이 짧다. 그러면 공을 쫓아나가거나 툭 맞추는 타격을 한다. 이 부분에 관해 얘기하면 금방 이해하고 수정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타격 컨디션이 별로다"고 했지만 성적은 그렇지 않다. 개막 두 경기에서 9타수 4안타(타율 0.444)에 2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2일 두산전 4-4 동점인 6회 1사 2루에선 1타점 2루타로 스타성도 과시했다. 시범경기 도중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했지만, 정규시즌에선 외야 펜스 철조망을 맞고 나오는 2루타도 두 개 때려냈다. 승부욕이 강한 구자욱은 그라운드에선 허슬 플레이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록한 뒤 헬멧을 땅바닥에 집어던졌었다. 지난 2일 두산전 5-5 동점인 8회초 2사 1, 2루에선 허경민의 타구가 두산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팔을 길게 뻗어 보호 펜스에 부딪히며 공을 건져냈다. 류중일 감독은 "파울이라 생각했는데 구자욱이 그 공을 잡아내더라. 허경민이 다시 타격 기회를 잡았다면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몰랐다. 구자욱의 수비가 팀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8회말 공격 때는 상대 1루수의 홈 송구 때 이를 피하려다 발뒤꿈치에 통증을 호소, 경기 뒤 다리를 절뚝이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구자욱은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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