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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교육부는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을 실시하라!

한국경제투데이 2018-05-10 (목) 10:48 6년전 829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개봉을 한다고 한다. ‘우발적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은 ‘우발적 범죄’도 아니고 ‘묻지마 살인’도 아니다. 여성 비하적, 차별적, 억압적, 혐오적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문화를 바탕으로 ‘여성을 살인해야겠다’는 목적이 매우 뚜렷했던 계획적인 범죄였다. 

 

아프리카TV나 유투브 등의 매체를 이용해서 1인 방송을 하는 BJ들의 여성혐오적 언행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왁싱샵에서 혼자 일하는 여성을 찾아가 살해한 왁싱숍 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몇 일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여성 유투버를 향해 살인을 예고하고 실제로 그 여성이 살고 있다고 알려진 집으로 찾아가는 방송을 했다가 검거된 남성 유투버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나이, 전공, 직종을 막론하고 대학생, 직장인, 언론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희롱 단톡방” 문제가 계속해 불거지고 있다. 왜 이러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을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미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피해자들과 이제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지 않으려는 소수의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에 의해 비로소 공론화 됐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근본 문제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교육부는 기존의 성교육이 자신과는 다른 성을 가진 이들을 존엄한 주체로 인지하게 하는 것에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젠더폭력과 성범죄는 권력형 범죄이다. ‘그렇게 해도 되는 대상’에게 ‘그렇게 해도 되니까’ 그런 언행을 하는 것이다. 이는 옆 사람을 돌아보며 협동해서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를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서로 경쟁해서 살아 남아야 하는 적자생존 승자독식을 배우고 경험하게 하는 교육에 기인한다. 배제, 차별, 폭력, 혐오를 “당해도 되는 대상”이 되어버린 사회적 소수자들과 약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특권을 바탕으로 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이 가진 정체성에서의 특권(예를 들면 선주민, 비장애인, 남성, 시스젠더, 헤테로 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톡방 사건과 관련하여 ‘가해자 인권교육’ 즉 ‘특권인지교육’을 진행해 보면, 피해자들이 느끼는 공포, 두려움, 충격, 배신감에 비해서 가해자들은 ‘단순한 농담’ 정도로 여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는 사회구조, 법과 제도,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가정, 학교, 직장, 일터 등 우리사회 모든 영역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에서 위계, 지위, 군사문화 등에 의한 권력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조직문화 속에서 평등한 관계를 맺기가 가능한 사회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교육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낡은 성규범을 재생산하는 형태의 반인권적이고 성차별적인 국가수준학교성교육표준안을 폐지하라. 자신의 특권을 인지하고 성차별, 성억압, 성폭력 등에 가담하지 않게 하는 ‘특권인지교육’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교육표준안은 반대로 억압그룹이 알아서 조심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어처구니 없는 교육은 기존의 성범죄가 용인되는 문화를 재생산하는데 일조할 뿐이다.

 

둘째, 의무교육 내에서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을 시행하라. 이러한 교육의 시행은 자신과 다른 성을 가진 모든 이들을 존엄한 주체로서 인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통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및 성소수자를 포함한 혐오 문제를 장기적으로 또한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가해자가 되지 말라’는 교육은 물론 ‘방관자가 되지 마라’는 교육을 진행하라. 많은 경우 아주 간단한 말 한 마디나 작은 행동만으로도 폭력의 현장을 멈출 수 있음을 바로 인지하고, 이와 관련한 교육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방관자가 되지 않기를 선택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도록, 이들을 위한 학교 내 보호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대화 즐겁지 않습니다”, “이런 말 적절하지 않다고 배웠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등 상황에 맞게 개입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을 익히고 용기를 내게하는 것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사회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넷째, 아동.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성을 통제하고 규제, 규율하는 형태가 아닌, 아동.청소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끔 돕는 교육을 시행하라. 자기 자신의 신체와 젠더/섹슈얼리티 그리고 진로와 비전 등 인생 전체에 대한 모든 자기결정권을 가진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교육이 시행될 때, 비로소 아동,청소년 모두를 존엄한 주체로 인정하는 인권교육이 가능하다.

 

이제는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 자신의 몸과 삶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성교육,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스스로 사고 할 수 있게 하는 성교육을 공교육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김지학 소장 [한국다양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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