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유류분청구가 오히려 손해 되는 경우 있다"- 유류분청구 전 법정상속분 정확히 이해 필요 - 유증이나 증여 없는 경우 상속회복청구소송 제기해야 -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 채무는 나머지 상속인에게 갚아야 해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재산 분배 문제로 가족 간의 갈등이 커졌습니다. 특히, 큰형이 대부분의 재산을 차지하게 되어 억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류분청구를 고려하고 있지만, 법적 절차와 재산 분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볼까 걱정입니다"
최근 유류분청구를 고민하는 상속인들이 법적 절차와 재산 분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유류분청구를 진행하기 전에 법정상속분을 명확히 파악하고, 다른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2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유류분청구를 할 때 법정상속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피상속인과의 채무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속회복청구와 같은 절차를 통해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류분청구를 고민하는 상속인들은 먼저 법정상속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법정상속분은 상속인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재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즉,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재산이 상속인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비율이다. 반면, 유류분은 자신에게 돌아올 법정 상속금의 절반 정도 비율을 주장하는 상속 권리다.
명심해야 할 부분은 법정 상속분은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비율이지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는 점이다. 즉,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에게 더 많은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한다면 법정상속분은 자연스럽게 깨지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재산을 상속받게 될 상속인들이 유류분청구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류분청구는 자신에게 돌아온 상속재산이 유류분 기준액에 미치지 못할 때 제기할 수 있다.
가령 큰형이 나보다 더 많은 재산을 받았다고 한다면 법정상속분으로 따졌을 때는 억울한 상황이 되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돌아온 상속분이 유류분 기준액을 초과했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만약 유증이나 증여 사실이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버지가 생전에 증여나 유증을 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상속 절차에 따라 모든 1순위 상속인에게 공평하게 재산이 분배된다. 하지만 특정 상속인이 재산을 독차지할 경우, 유류분이 아닌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상속권이 침해되었을 때 상속인이 그 권리를 회복하는 소송"이라며 "유증이나 증여가 없었다면, 상속인들은 공평하게 재산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만약 유류분을 주장하면 오히려 상속분의 절반만 청구할 수 있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피상속인에게 상속인이 돈을 빌린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상속인이 돈을 갚기 전에 피상속인이 사망한다면, 상속인들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유류분을 제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민법상 '유증'과 '증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아버지가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거나 '증여하겠다'는 유언이 있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유증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빌려준 것이라면 유류분청구 대상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 채무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친족 관계를 떠나 제3자에 관한 채무 관계로 이해한다면 조금 더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다. 가령 A가 B에게 돈을 빌린 후 아직 갚지 않은 상황에서 B가 사망한다면 B의 상속인이 A에게 채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물질적 재산뿐 아니라 채권이나 채무 관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엄변호사는 "특정 자녀가 아버지께 큰 돈을 빌렸다면 그 순간 채무 관계가 된다"며 "아직 갚지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가 사망한다면 나머지 상속인에게 채권 승계가 되어 돈을 빌린 상속인을 상대로 채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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