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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코리아 성명서-이태원 참사, 국가와 공동체가 답해야 한다

한국경제투데이 2022-11-03 (목) 16:42 2년전 922  

ESG코리아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하고, 정부에 안전 사회 수립과 정확한 진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한 성명서다.


ESG코리아 성명서

그 밤에 주인 잃고 홀로 울린 벨 소리에 이제 국가와 공동체가 답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이태원 희생자 156명의 유족들에게 삼가 애도를 표한다.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시민적이고 국민적인 그리고 세계 시민적인 애도에 우리는 함께한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분들을 최대한 예를 갖춰 보내드리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데에 국가와 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고 이후 “낙엽도 밟지 못하겠다”, “다른 조화 위에 조화를 올려놓는 게 힘들었다” 등 많은 국민이 이 비극에 애통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 밤에 주인을 잃은 핸드폰의 벨소리가 배터리가 닳도록 이태원 거리를 울렸다. 읽히지 않은 카톡의 무수한 메시지가 이태원로 173-7 폭 3.2m 길이 40m의 경사로에 ‘1’로 쌓이고 쌓여 시대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혹여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슬픔에 잠긴 유족의 심정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인들은 목숨을 잃어야 할 하등의 이유 없이 단지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픈 까닭은 그들이 말 그대로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실제로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조금만 덜 무심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란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노동 현장과 작업장의 안전 못지않게 삶의 현장의 안전 또한 중요하다. 국민과 시민이 일상에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세심하게 보살피는 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따라서 경건한 추모 속에서도 사고의 경위를 낱낱이 파악해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지고 고쳐야 할 것이 있으면 고치는 등 제도나 관행상의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허망한 죽음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건 산 자들의 책임이다.

정쟁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하다. 죽음은 현상이 아니라 비통한 현실이듯 국민의 목숨보다 더 중대한 정치의 현안은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보호 책임’으로 번역되는 r2p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란 말이 있다. 특정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일시적으로 해당 국가의 주권을 무시하고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을 뜻한다. 전쟁이나 지진 등 불가항력의 상황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어떤 시간에 특정한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목숨을 잃어야 한다면 그 국가는 보호 의무를 다하는 국가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색하고 r2p를 운위해야 할 것까지는 없지만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에 관한 진정한 성찰과 철저한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반성과 개선을 요구한다.

우리는 특별히 참사 전후에 ‘안전과 보호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 주목하며 제대로 된 진단을 정부에 요청한다. 국민의 목숨 앞에 ‘주최 기관’과 같은 뻔뻔한 변명을 내놓는 공직자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도록 적정 매뉴얼과 실행 체계를 갖춘 ‘안전과 보호의 거버넌스’를 수립해 주길 바란다. 체계와 가동 역량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경건한 추모와 함께 거버넌스 전반의 철저한 개선을 요구한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언론 보도 및 고인과 유족을 욕되이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 등 이 참사를 올바르게 헤쳐 나가는 데에 우리 공동체의 역량을 보여줄 때다.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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