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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보도/ 교육] 2. 교육의 파동(Wave of education)

한국경제투데이 2016-06-30 (목) 20:10 7년전 1454  


흔히 콩나물시루와 가랑비를 학습에 비유한다. 비유는 짧은 글이지만 한 단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면 콩나물시루와 가랑비는 왜 비유어가 되었을까. 수없이 반복해야만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뜻으로써 고충스럽지만 포기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돌아보니 참 의미 있고 함축적이다. 주식의 그래프를 보면 진폭이 참 복잡하다. 공부도 과목과 단원마다 어렵고 쉬운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같은 내용이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된다. 개별적인 특성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수업이 중학교1학년 과학에서 비열이다. 물질마다 고유한 비열이 있는데 서로 온도가 다른 두 물질이 만나 열평형을 이룰 때 열량은 같지만 두 물체의 온도변화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물질마다 개별특질을 이해하면서도 학생마다의 개별특질을 용납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현(現)교육에 있다. 학생들도 개별체이다. 

 

각자의 다름이 있으나 같은 교육을 해서 같은 성과를 기대하는 건 비열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교사 대부분일 텐데 이론과 실제가 다른 뼈아픈 사례다. 그럼에도 중상위 수준을 기초하여 수업을 진행해야하는 교실환경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 하다. 나머지 범주 밖에 있는 학생들이 문제다. 한 학생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 주변 친구들이 덩달아 성과가 나지 않는다. 반대급부적으로 밀려나는 학생이 생기는데 그나마 교내문화가 좋은 경우는 파급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긴장감만 생긴다. 교육부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나비효과와 유사한 파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사전적 의미는 ‘공간이나 물질의 한 부분에서 생긴 주기적인 진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위로 멀리 퍼져나가는 현상이다’고 정의한다. 한 진동이 개별진동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마침 같은 진동과 만나면 동조현상이 나타나면서 공진하고 증폭되는데,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진동과 만나면 간섭․굴절되거나 저항성에 소멸된다. 

 

가르치는 교사의 설명 수준과 받아들이는 학생의 수용 수준이 맞는 경우와 맞지 않는 경우를 보는 것과 같다. 학창시절 새로 만난 선생님이 너무 좋으면 해당 과목에 더 집중하게 되고 에너지를 모아 노력하게 된다. 그 결과로 선생님과의 관계가 호전되고 성적도 급상승한다. 이것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동조바리콘을 돌리면서 최고의 수신 상태를 찾아 가는 것과 같다. 

 

공진을 유발하는 원인을 공부 자체가 아닌 외적 요인에서 찾은 것이다. 이런 공진 요인들을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찾아보려는 기성세대들의 생각을 조금 내려놓자. 교훈이나 급훈을 보면 이미 우리 아이들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정직, 보람, 인재, 창의, 일신우일신 등 많다. 훌륭한 슬로건 아래 일선 교실에서는 학교폭력․교권상실․체벌․성폭력 나아가 경찰무대(교내폴리스)를 양성시켰다. 

 

왕따 피해자가 전학가기 힘들고 가해자도 전학이 어렵다. 꼬리표가 사라질 수 없는 행정의 부메랑이다. 학원간 이동은 언제든 자유롭고 문제 삼지 않는다. 교우관계가 원인일 수 있으나 대부분 수업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명 좋은 현상이다.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그냥 보아도 교육의 공진을 찾는 노력인데, 잘 생긴 선생님이나 멋진 시설일 수도 있으나 교사의 수업과 본인의 수용정도가 맞아 떨어질 때 얻어지는 최소공배수의 공진현상 때문이다. 파동은 움직이지 않지만 분명히 에너지가 있다. 파동이 공진할지 소멸할지는 경험이 말해준다. 

 

경험은 자연스러운 이동 가능성과 여러 형태의 수업을 체험하기 때문인데, 학교는 행정적인 면이나 제도 때문에 배타적으로 차단한다. 유리잔․ 창문․ 빌딩․ 서해대교 같은 긴 다리들이 힘없이 부서지고 무너지는 이유는 강력한 태풍의 힘이 아니라 소리 없이 다가오는 에너지 ‘파동’이다. 외부 파동이 물체나 건물과 만나서 같은 주기로 일치할 때 공진현상이 확장되어 무엇이든 파괴한다.

 

학습에도 공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담겨있다. 선생님들은 자기계발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교와 교육청은 시범학교라는 프로젝트로 지원하고 노력한다. 반면 학원들은 정밀한 개인분석을 통해 동기부여 할 요소를 찾아 차별적으로 케어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학원은 마땅히 학부모와 학생에게 소외당한다. 

 

지금 학교들은 과거 학원에서 했던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육을 폄하한다. 그러나 학원은 또 다시 교육의 파동을 일으킬 것이고 공진현상을 만들기 위해 사력(死力)을 다할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대명사가 된 비대해진 공교육이 거품을 빼고 슬림화 하지 않으면 지구에서 멸종된 공룡이 될 수도 있다. 환경이 열악해 질수록 ‘강육약식’으로 바뀔 수 있는 곳이 바로 교육산업이다.

2016. 6. 30

최 성 민 (연세학원장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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