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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전화해 하자는 건물주, 세입자는 걱정만 해야할까?

한국경제투데이 2024-09-09 (월) 14:55 1개월전 302  


- 제소전화해는 위법 저지른 세입자를 빠르게 내보내는 제도

- 법률상 세입자의 권리침해 하는 항목 넣을 수 없어
- 세입자가 제소전화해 조항 수정을 요구할 수 있어

# “카페 창업을 위해 점포를 알아보던 중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타나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건물주가 계약조건으로 제소전화해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창업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한 탓에 건물주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지 걱정입니다”

제소전화해를 처음 접하는 세입자들은 건물주의 신청 요구에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 사이에서 제소전화해가 안 좋은 제도라는 인식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29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상가 임대차에서 제소전화해는 건물주가 세입자와 명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 절차를 단축할 목적으로 이용되는 제도”라며 “반면 계약이 생소한 초보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내보내기 위한 제도라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하지만 제소전화해는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및 법률규정 상 의무를 잘 이행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제소전화해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엄정숙변호사의 제소전화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전화해 전화문의만 30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가 임대차에서 건물주들이 제소전화해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도 절차가 대폭 간소해지기 때문이다. 제소전화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명도소송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제소전화해를 맺은 상황에서는 명도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강제집행 신청이 가능하다는 특정이 있다. 문제는 세입자가 제소전화해의 특징을 오해한다는 점이다. 명도 절차가 간소해지는 만큼 잘못이 없는 자신도 쉽게 쫓겨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한다는 것.

하지만 제소전화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를 맺은 상황에서도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3기 이상의 임대료 연체 △무단전대 △무단 구조변경 등 위법 사항이 생겨야 가능하다”며 “만약 세입자가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제소전화해 조서로 세입자를 함부로 내쫓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종종 건물주가 세입자를 쉽게 내보내기 위해 제소전화해를 악용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제소전화해 조서는 법률에 어긋난 내용을 넣지 못한다.

만약 건물주가 강행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조항을 넣어 신청한다면 법원에서는 이를 수정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심지어 판사의 직권으로 불합리한 화해조항을 대부분 삭제하거나 정정하기에 상가 계약이 처음인 초보 세입자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엄 변호사는 “악덕 건물주가 제소전화해를 악용하는 사례에는 대표적으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포기시키는 내용, 권리금을 포기시키는 내용, 등이 있다”며 “하지만 법률상 정해진 세입자의 권리를 사전에 포기시키는 약정을 하더라도 법률상 무효가 되기 쉽고 조서에 넣어도 성립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소전화해는 건물주와 세입자 간 의사가 합치되어야만, 성립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세입자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제소전화해는 임대차 계약사항과 법률규정이 바탕이 되어 건물주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조항을 요구하거나 제시하는 건 제한을 받게 된다.

아울러 건물주의 제소전화해 신청 요구에 세입자가 거부할 권리도 있다. 다만 세입자가 제소전화해를 거부한다면 임대차계약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 신청은 대부분 건물주가 계약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세입자가 제소전화해 신청을 거부한다면 계약조건이 깨지는 것과 같기에 계약은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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