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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전승' 서울을 향한 7가지 질문

한국경제투데이 2016-04-05 (화) 01:37 8년전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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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노와 동료들

 

“FC서울 정말 무섭던데요?” 

 

FC서울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화끈한 공격축구를 원했던 팬들의 바람을 시즌 초반부터 충족시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를 통해 중국슈퍼리그처럼 돈을 쓰지 않아도 매력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걸 경기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광저우헝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는 중이다.

 

서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반전 매력’에 있다.  


서울은 그동안 ‘슬로스타터’라고 불렸다. 매해 2월 열리는 ACL 첫 경기에서 이긴 이후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지기를 3년 연속 반복했다. 경기력 저하로 인해 공격축구를 하겠다는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매 시즌 ACL 조별리그에서는 줄타기가 이어졌다. 6차전까지 가봐야 16강 진출 여부를 알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서울이 확 달라졌으니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ACL에서는 3연승을 달리며 F조 선두로 치고 나갔다. 3경기에서 14골을 몰아쳤다.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전북현대에 0-1로 패하긴 했으나 이후 치러진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초반 분위기만으로는 섣불리 시즌 전체를 판단하기 힘들다. 서울이 과거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적이 많았던 팀이라서다.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까지 다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ACL 우승은 가능할까? 중국슈퍼리그 팀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선수들의 이탈은 없을까? 공격축구를 시즌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서울의 2016시즌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7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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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

 

최용수 감독은 왜 선발라인업을 바꾸지 않았을까? 

서울은 ACL 3차전까지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3-5-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똑같은 선수들이 매경기 출전했다. 아드리아노, 데얀은 최전방을 지켰다. 중원은 고광민, 다카하기, 신진호, 주세종, 고요한으로 구성했다. 오스마르, 김원식, 김동우가 수비수로 나섰다. 그리고 유현이 골문을 지켰다. K리그 초반 2경기도 ACL의 선발 라인업과 똑같았다.

 

최용수 감독의 성향을 잘 안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이긴 경기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가 있었다면, 다음 경기에 곧바로 제외한다. 심지어 곧장 2군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조금 생각을 바꿨다. ACL과 리그를 통틀어 초반 5경기 선발 라인업을 변화 없이 가져가기로 했다. 최용수 감독은 “잦은 선발 교체가 마냥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선수들이 흔들리는 걸 종종 느꼈다. 그래서 올해 초반 5경기에서는 지든 이기든, 특정 선수가 잘하든 못하든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3월 12일 열린 전북현대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0-1로 패했으나 다음 경기인 산둥루넝과의 ACL 3차전에서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체력적인 우려가 있었으나 시즌 개막 전에 결정했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결과는 4-1 대승. 그것도 중국 원정에서의 승리였기 때문에 초반 분위기를 좋게 끌고 갈 수 있는 결정적인 경기가 됐다. 시즌 초반 성공의 열쇠는 선발 라인업에 대한 믿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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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박주영, 데얀이 기뻐하고 있는 모습

 

ACL 전승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이 초반 ACL 3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쌓여온 데이터 덕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중국, 태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와 ACL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경험이 쌓였다. 최 감독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프런트, 선수들이 직접 부딪히면서 아시아 축구를 경험했다.

 

부리람과의 ACL 1차전에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서울은 2013년 3월 부리람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당시 후유증은 길었다. 돌아온 직후 부산에 0-1로 패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태국 원정을 쉽게 생각한 대가였다. 

 

이번에는 부리람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선수들에게도 현지 환경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전했다. 고광민, 고요한, 데얀 등 2013년 부리람 원정을 다녀온 선수들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산둥루넝과의 ACL 3차전 역시도 중국 팀의 성향을 잘 이용했다. 선수들은 중국 선수들이 후반 중반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은 1-1로 맞선 후반 20분부터 고요한, 데얀, 아드리아노가 연속골을 넣으면서 4-1 대승을 완성했다. 중국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한 한국 선수는 “실제로 후반이 되면 걸어 다니는 중국 선수들이 많다. 특히 후반에 골을 내주면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 선수들이 그 점을 잘 알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은 진짜 공격축구를 하는 걸까? 

서울은 그동안 1골만 앞서 있더라도 수비 전술을 사용하는 적이 많았다. 일명 ‘잠근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비 전술이었다.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라는 슬로건이 민망할 법한 경기를 종종 펼쳤다.

 

하지만 올 시즌은 2골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목표다. 공격축구를 할 수 있는 멤버가 충분히 구성됐다고 판단했다. 일단 2골 이상 넣은 이후 전술 변화를 가져가는 식이다. 그동안 팬들이 원했던 서울의 모습이다. 말뿐 아닌 결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공격축구라는 말을 믿어도 좋을 듯하다.

 

최 감독은 “솔직히 예전에는 1골 앞서가면 불안했다. 그럴 때마다 (수비적으로)전술을 바꾸려고 했다”며 “이제는 초연하다. 2~3골이 나오면 그때부터 전술 변화를 생각하려고 한다. 물론 2골을 넣더라도 3골을 내줘 2-3으로 질 수도 있다. 그래도 (수비축구보다)그게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는 실제 훈련에서도 선수들에게 직선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그 결과 전진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상황이 늘어났다. 웅크려서 역습을 하던 과거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은 5승을 거두는 동안 경기당 평균 4.2골을 넣었다. 패한 경기를 포함해도 경기당 평균 3.5골이다. 최 감독이 말한 기본 득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울이 당분간 수비적인 경기를 하는 건 보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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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와 아드리아노

 

신진호가 빠지면 어쩌나?

신진호는 상주상무 입대가 유력하다. 현재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 상태다. 신진호의 경력 정도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합격할 경우 4월 18일 입대가 예정돼 있다. 입대가 6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4월 18일이다. 어쨌든 시즌 도중 떠나야할 선수다.

 

신진호가 올 시즌 서울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은 신진호 없이 3-5-2 포메이션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석현의 활용이 첫 번째 카드다. 신진호가 뛰었던 공격적인 미드필더 역할에 딱 어울린다. 이석현은 올 시즌 주로 교체카드로 뛰어오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ACL과 리그에서 각각 1골씩 넣으며 골 감각도 끌어올렸다. 이석현을 꾸준히 교체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신진호의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주세종의 전진배치다. 수비 쪽에 처져있던 미드필더 주세종을 신진호가 뛰던 자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박용우, 오스마르, 김원식 중 한 명을 미드필더로 올리면서 기존 포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윤일록, 조찬호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데박’은 동시에 나올 수 있을까?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을 동시에 투입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세 명의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동시에 뛰는 것 자체가 화제다.

 

서울은 일명 '아데박'을 위해 기존 포메이션을 바꾸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시점은 신진호 입대 이후다. 세 명의 공격수가 동시에 나올 경우 3-5-2 포메이션과는 잘 맞지 않는다. 3-4-3이나 4-3-3으로 바꿔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격수를 세 명 투입하는 전술이다. 최 감독이 “스리백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데얀을 중심으로 아드리아노와 박주영이 좌우에 배치된다. 서울은 최근 스리톱 전술을 틈틈이 훈련했다. 서울이 올 시즌 준비한 최적의 포메이션은 아니지만, 시즌 도중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게 훈련을 하는 중이다.

 

다만 ‘아데박’이 동시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상대 팀의 수비력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세 명을 동시에 내보낼 계획이다. 반대로 수비가 좋은 팀을 상대로는 '아데박'을 동시에 투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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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노의 세리머니

 

아드리아노를 중국에 빼앗기는 것 아닌가?

선수가 잘해도 걱정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중국슈퍼리그에 핵심 선수를 빼앗길 수 있어서다. 특히 득점 행진을 이어가는 아드리아노가 중국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팬들은 벌써부터 아드리아노의 중국행에 대해 걱정한다. 

 

중국이 매번 상상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기 때문에 시즌 도중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드리아노가 중국에서 지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드리아노는 중국 다렌스더에서의 기억을 썩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아드리아노는 통역 없이 지내며,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와 불화 때문에 브라질로 돌아가기도 했다. 최 감독은 “아드리아노에게 중국에 대해 살짝 물어봤다. 좋은 이야기는 안하더라. 아직까지는 중국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할 경우다. 서울도 거부하기 힘든 이적료가 책정된다면 고민을 해야 한다. 아드리아노도 거액의 연봉을 약속하는 구단이 있다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부양 가족이 많은데다가 30대(1987년생)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한 축구 에이전트는 “현재 활약을 봤을 땐 중국 구단이 아드리아노에 대해 관심을 보일 확률은 100%에 가깝다며 “아드리아노가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렌스더보다 환경이 좋은 팀에서 이적 제의를 한다면 흔들릴 수 있다. 아드리아노가 돈을 벌기 위해 온 외국인선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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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연

 

심우연-윤일록-윤주태는 언제 나올까?

서울에는 얼굴을 보기 힘든 스타 선수들이 많다. 올 시즌 주세종, 신진호, 유현 등 막강한 새 얼굴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밀려 있는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시즌 초반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기로 한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심우연은 이적시장에 가장 화제를 모았던 영입이다. 현재는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세 시즌 동안 성남FC에서 리그 17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심)우연이에게는 특별히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잘 하고 있으니 기회는 분명히 올 것이다”고 했다.

 

윤일록은 B팀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투입 시기는 포메이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현재는 고광민, 고요한 등 윙백이 측면을 책임지는 3-5-2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윤일록이 뛸 자리가 애매하다. 하지만 3-4-3이나 4-3-3으로 전술을 바꿀 경우 윤일록을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신인 측면 미드필더 김정환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 감독은 "김정환의 데뷔전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윤주태, 조찬호, 김치우 등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었던 선수들도 4월에는 출전이 기대된다. 한 달 동안 인천전을 포함해 총 8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3월과는 조금 다르게 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5월에도 ACL과 리그 그리고 FA컵까지 펼쳐지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서울의 많은 선수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의 4월 목표는 ACL 16강 진출을 빠르게 확정하는 것이다. 최 감독은 “과거 한 K리그 팀이 ACL 조별리그 3~4차전에서 완급 조절을 하다가 탈락한 경우를 봤다. 우리는 5차전 이내에 16강행을 확정하겠다. 다른 팀에 여지를 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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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환 기자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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